【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3개월여 만에 효성그룹 조석래(79)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재벌 총수 중 부자(父子)가 동시에 기소된 건 조 회장 일가가 처음이다. 

9일 효성그룹 탈세 및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한 검찰은 조석래 회장과 장남 조현준(46) ㈜효성 사장, 이상운(62) 부회장, 김모 전략본부 임원, 노모 지원본부장 등 5명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범죄 액수가 적은 이재현 회장은 구속 기소된 반면, 조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된 것을 놓고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조석래 회장, 주요 탈세·횡령 비리 살펴보니…

검찰이 밝혀낸 조 회장의 범죄 액수는 회계분식 5010억원, 조세포탈 1506억원, 횡령 690억원, 위법배당 500억원으로 모두 7939억원에 달한다. 조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자본시장법 및 상법 위반이다.

조 회장 일가는 국내외에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주식을 거래하거나 법인 자금을 빼돌렸다. 특히 임직원 수백명을 동원해 차명계좌를 관리·운영하며 주식을 사고 팔며 세금을 탈루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1996~2004년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CTI 및 LF 명의로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서 233억원을 빌려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국내 카프로 주식 183만주를 매입, 고모 상무를 통해 주식을 운용·관리했다.

이후 2011년 카프로 주식을 전량 매각해 현금화한 858억원을 스위스은행 홍콩지점에 CTI, LF 명의로 예치, 결과적으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카프로 주식을 매매하면서 537억원 상당의 양도소득 등을 취득했지만 110억원 상당의 양도소득세 및 배당소득세를 탈루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CTI, LF의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 대한 233억원의 채무를 면제시켜주도록 함으로써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 233억원의 손실을 끼쳤다.

조 회장은 또 일본의 페이퍼컴퍼니 ACI 및 홍콩 소재 페이퍼컴퍼니 CWL 명의로 효성 본사와 홍콩법인에서 자금을 빌려 효성 주식을 매입·운용했지만 수백억원대 손실이 발생하자, 해외 법인에서 4160만달러를 빼돌려 ACI·CWL에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 일가는 효성 미국법인의 자금으로 펀드에 투자한 뒤 800만달러의 손실이 나자 그룹내 해외 법인으로부터 800만달러를 임의로 끌어들여 손실을 보전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2005~2007년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을 통해 홍콩 페이퍼컴퍼니 아시아마이너(Asia minor) 등의 명의로 계열사 주식을 거래해 70억원 상당의 양도차익을 취득하고 양도세 21억원을 포탈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1990년대부터 임직원 등 총 229명 명의의 차명계좌 468개를 개설해 2000억원 상당의 ㈜효성·카프로 주식을 보유하고 2003년부터 2012년까지 700억원 상당의 주식 양도소득을 취득했다. 

이를 통해 137억원 상당의 양도세 등을 내지 않았지만 조 회장은 주식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상속 재산이라고 검찰에서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조 회장은 2004~2005년 홍콩 페이퍼컴퍼니 PF 등을 이용해 그룹내 3개 해외법인 자금 6500만달러(약 690억원)를 빼돌려 해외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중 개인채무를 갚기 위해 800만달러를 쓰고,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해외 차명회사인 ACI(일본), CWL(홍콩) 등 페이퍼컴퍼니의 채무변제 명목으로 4160만달러를 사용했다. 남은 1500만달러는 미국내 페이퍼컴퍼니 허드슨(Hudson) 등의 채무를 갚는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장남 조현준 사장도 2006~2011년 조 회장으로부터 차명계좌에 남아 있던 157억원을 미국, 홍콩에 개설한 차명계좌로 증여받아 미국 현지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70억원의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IMF이후 3000억대 적자를 낸 효성물산을 파산을 막기 위해 다른 계열사와 합병한 후 8900억원대 분식회계 수법으로 2003~2008년 법인세 1237억원을 탈루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은 “회사 경영상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사익을 취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바가 없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당사의 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재현 회장보다 범죄 액수는 많지만…고령, 건강 악화 고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7월 재벌 총수를 처음으로 사법처리해 관심을 모았다. 당시 CJ 이재현 회장은 2078억원의 탈세·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200억원 이상의 조세포탈 범죄의 기본형은 5~9년, 300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범죄는 5~8년으로 모두 중죄에 해당한다.

조 회장의 범죄 액수(7939억원)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에 불과하지만 범죄 액수가 훨씬 많은 효성 오너는 구속을 피했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검찰의 편파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조 회장이 2009년 전경련 회장 시절 박정희기념관 설립을 추진한 점에 주목하면서 적극적인 모금활동을 벌인 것이 처벌 수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반면 효성그룹 측은 조 회장이 마치 특혜를 입은 것처럼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한 점을 강조하며 잡음을 일축했다.

이미 조 회장에 대해 한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고령의 나이, 건강 등을 이유로 기각한 만큼 영장을 재청구하더라도 발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만약 법원의 주된 기각 사유가 혐의 소명이나 증거자료 부족 등이었다면 보강수사를 거쳐 재청구했겠지만, 조 회장의 건강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신속히 기소해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수사팀 내에서도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를 위해 수사팀은 조 회장이 입원한 병원 주치의 의견 뿐만 아니라 진료 차트, 간호일지, 검찰 내부의 전문의 출신 검사 자문 등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지냈든, 전경련 청소부가 됐든 나름대로 그 사람 신분을 지워버리고 범행 경위나 죄질, 사안 중대성 등을 놓고 판단했다”며 “영장을 재청구했을 때 발부실익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악 척결 측면도 있지만 한 생명을 살리고 죽이고 이런 문제도 있지 않냐”며 “조 회장이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는데 고령이다보니 병세가 더 악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고민 끝에 신속하게 재판에 회부해서 공소유지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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